'82년생 김지영' 리뷰

'82년생 김지영' 리뷰

올해 가장 유명한 소설은 ‘82년생 김지영’인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지 궁금해서 추석 연휴에 읽어봤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라질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크게 공감하는 부류(여성)와 강한 반감을 갖는 부류(남성)로 나뉠 수밖에 없는 구성입니다.

제 경우에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반감, 인정, 공감 그리고 동질감(의사와)에 대해 아쉬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1982년생 김지영 구성

82년생 김지영’은 어머니의 출산으로부터 김지영의 출산과 육아까지의 과정을 담당 의사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설명하는 형식입니다. 김지영이 경험한 여성 차별을 9개의 개별적인 사건으로 이야기합니다.

  • 어머니의 출산 (아들 선호)
  • 초등학교에서 경험한 성차별
  • 중고등 학교에서의 여성에 대한 역할 강요 및 차별
  • 남성 중심적인 오해 (짝사랑)
  • 대학교 선배의 성적 비하
  • 취업 과정에서의 성차별
  • 직장 회식 자리의 성희롱
  • 직장 내 화장실 몰카
  • 사회적인 여성비하(맘충, 된장녀)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담당 의사의 와이프 이야기 그리고 병원장으로서 모습을 남기며 마무리합니다. 이 소설의 스토리는 김지영의 삶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담당 의사입니다. 한국에서 30대 후반 여성이 공감하는 경험과 한국 사회가 여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보여주며 마무리합니다.

82년생 김지영’은 대다수 여성은 공감하지만, 다수의 남성은 소설이라기보다는 경제 신문의 기획 기사 같다는 인상을 줄 것 같습니다. 남성에게는 소설 구성이 인위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남성에겐 거북한 1982년생 김지영

사실 이 소설은 남성이 읽기에 상당히 거북한 책입니다. ‘82년생 김지영’에는 멋스럽게 나오는 남성이 없습니다. 이 소설에서 남성은 여성을 차별하고나, 소외시키거나, 무능력하거나 혹은 피해를 주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 책은 감성을 자극하거나 화합의 장면은 없습니다. 여성이 살아가며 느끼는 차별과 불이익이 무엇인지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다 보니 객관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는 수치를 주석으로 달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과 수치를 나열하는 주석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특히 남성에게는)는 약간 비현실적이거나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집사람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물어봤습니다. 집사람은 절대 공감이라고 하더군요. 자기 얘기 같아서 너무 몰입됐다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면, 이 책을 작위적이라고 깎아내릴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의도

조남주 작가는 30대 후반 여성의 경험과 차별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82년생 김지영” 집필했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이나 여권신장까지는 모르겠지만, 30대 후반 여성이 느끼고 경험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문제를 사실적으로 알리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여성이 느끼는 차별이 무엇이고,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는지 그리고 우리가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또한 여성 차별이 특정 대상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1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여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하는지를 9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남자의 세상과 다른 여자가 살아가는 세상

저는 개인적으로 잔돈을 갖고 다니지 않습니다. 택시를 타더라도 3200원을 카드로 결제합니다. 그러나 제 와이프는 3,000 ~ 4,000원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택시 운전사님께서 거칠게 얘기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와이프가 왜 잔돈을 챙기는지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사는 세상과 와이프가 사는 세상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직원일 때는 알 수 없는 계약직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제가 계약직 생활을 한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전에 계약직 동료와 친구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완전한 제 착각이었습니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각자의 고충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여러 가지 경계로 나눠 다른 세상을 살아갑니다.

  • 집이 있는 사람과 집이 없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
  •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살아가는 세상
  • 서울 명문대 졸업자와 지방대 졸업자가 살아가는 세상
  • 재산이 여유로운 사람과 여유가 없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
  • 남자와 여자가 살아가는 세상

이런 경계는 컴플렉스거나 자존감이 없어서 느끼는 자격지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어려움을 가볍게 얘기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그 상황에 놓이면 그 무게감은 엄청나게 증폭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성이 어떤 삶을 살아오는지, 어떤 차별을 경험하는지, 우리 사회가 남성과 여성에게 어떻게 다른지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여성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자위하며 넘긴 것 같습니다.

30대 후반 한국의 여성에 대한 공감

“82년생 김지영”은 30대 후반 여성이 살아온 삶과 배경을 설명하는 소설입니다. 여성 차별에 대한 해결법을 얘기하지도 않고, 여성을 대변하는 남성상을 말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현재 30대 후반 여성은 이런 상황을 보편적으로 경험했고 어려운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부분에 집중합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배경과 경험을 알아야 합니다. 남성으로서 여성이 겪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 남성은 소설 속 의사다.

이 소설은 정신과 의사가 김지영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그녀의 삶을 요약한 일종의 보고서 형식을 취합니다. 소설 속 의사는 정신과 전문의로 심리 치료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입니다. 이 의사의 와이프 역시 육아 문제로 경력이 단절된 의사입니다. 자기 와이프의 경험을 통해서 여성 문제를 잘 알고 있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여성 문제를 바라보는 스마트한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병원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 그는 휴직을 준비하는 간호사를 보며, 결혼한 여성은 경쟁력이 없고 병원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 채용에는 미혼 여성을 채용해야겠다는 결심합니다.

김지영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후반의 일반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의사는 여성 문제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우리 사회를 모습을 상징합니다.

결혼, 육아 강요된 희생

저도 현재 6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최대한 육아에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항상 와이프에게 도와주겠다고 말합니다. 저도 양육과 집안일은 내일이 아니고 집사람의 것이며, 단지 나는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남자는 결혼을 통해서 주변 환경이 안정되고 풍요로워집니다. 반면 여성은 결혼과 함께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포기하는 것과 해야 할 일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마치며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성별의 사람이 나와 얼마나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를 페미의 핵심이라거나 젠더(Gender) 대립을 위한 소설이라거나, 내용이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여성이 어떤 경험을 해왔고 어떤 차별을 경험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지를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1. “92년생 김지영”은 2000년에 유행한 “선영아 사랑해”와 같은 장치입니다. 92년생 여성 이름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이름인 김지영을 사용하여 한국의 여성을 상징하는 일반명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return]
김태완 avatar
작성자: 김태완
1999년 부터 Java, Framework, Middleware, SOA, DB Replication, Cache, CEP, NoSQL, Big Data, Cloud를 키워드로 살아왔습니다. 현재는 빅데이터와 Machine Learning을 중점에 두고 있습니다.
E-mail: taewanme@gmail.com